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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네. 내가 그동안 좀 바빴거든. 새로운 집단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열심히 일해야 하지 않겠어?”
“......”
“오, 꼴이 말이 아니네... 어디 보자, 배고프진 않아? 한동안 아무것도 못 먹은 걸로 아는데.”
“......”
“...자살 시도를 했다고 들었어.”
“......”
“왜 그랬어?”
“사실 네가 왜 그랬는진 알아. 임무에 실패한 조직원은 그 자리에서 자결하라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딴 헛소리 나는 신경도 안 쓰지만, 우리 충직한 개 씨는 의견이 다르잖아?”
“......”
“상부에서는 이제 네 목의 폭탄을 터뜨리는 걸 진지하게 고려 중이야. 이 누님이 사정사정해서 겨우 며칠의 유예 기간을 얻어 왔다고. 며칠이 지나도 이 상태가 지속되면, 넌 죽을 거야. 내가 기껏 살려서 온 보람도 없이.”
“......”
“안타깝지만~ 네가 죽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넌 쓰레기지만 네 능력은 쓸데가 있잖아. 다 귀중한 자원인걸~?”
“......”
“이봐, 디엔. 냉정하게 좀 생각해 봐... 여기서 더 고집부려서 얻는 게 뭐가 있어? 아니면 조직의 충직한 개라서 아직도 옳은 일을 할 생각은 안 드니? 그렇담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쓰레기인데.”
“...뭐가, 옳은지. 난, 몰라.”
“우와, 너 지금 목소리 진짜 끔찍하다... 근데 너 바보야?”
“어, 좀.”
“멍청이야?”
“어, 많이.”
“사람을 죽이는 일과 살리는 일 중에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이 안 된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살아왔어. 나는.”
“너도 정말― 만만치 않게 나사 빠진 녀석이구나.”
“......”
“그래~ 그래. 알겠으니까 일단 물 좀 마시고 얘기할래? 지금 네 목소리는 듣는 게 고역이거든.”
“나, 어릴 때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
“내가 말 잘 듣는 충직한 개 성향이 있다는 걸 안 그 녀석이 그랬어.”
“흠, 뭐라고 했는데?”
“...‘너는 지금부터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는 거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손을 내밀 것을 망설이지 말고, 네 힘을 사람들을 구하는 데 쓰는 걸 주저하지 말아. 그게 우리 사이의 약속이고, 네가 지켜야 할 원칙이야.’라고.”
“저런, 단 하나도 제대로 지킨 게 없네. 그래서 어쩌다 넌 이렇게 됐니? 너도 분명 처음엔 빌런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을 텐데. 나처럼.”
“......”
“오늘따라 묵비권 행사가 잦은걸. 그래서 뭐가 문젠데? 어릴 적 친구와의 약속도 잊어버리고 나쁜 짓이나 하며 돌아다니던 빌런은 히어로 측에 협력하기로 했고, 자신의 죄를 속죄하며 성실하게 살았답니다~ 짠! 해피엔딩! 다 잘 된 거 아냐?”
“오더를 줘, 힐다.”
“...오더?”
“난 따라야 할 명령이 있어야 움직여. 그러니 날 이 꼴로 만든 네가 책임지고, 나를 네가 말하는 그 바른 길로 이끌어.”
“......”
“말해두지만 난 그동안 빌런으로 살았던 것에 죄책감 따윈 없어. 난 양심에 기대서 일하는 사람이 아냐. 내가 따르는 건―”
“빌어먹을 원칙이지.”
“그래. 내 쓸모 많은 능력을 골수까지 빨아먹고 싶다면 그렇게 해. 날 화살에 비유했었지? 그걸 잡아서 꺾어놓은 건 너니까.”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거야?”
“그게 네가 생각하는 올바른 길이라면.”
“이해가 안 되네. 넌 그렇게 머리가 나쁜 녀석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구는지.”
“나에 대해 뭔가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지.”
“그럼 잘 들어. 내가 주는 너의 새로운 원칙이야.”
“응.”
“너는 지금부터 무고한 사람을 해치지 않는 거야.”
“응.”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손을 내밀 것을 망설이지 말고.”
“응.”
“네 힘을 사람들을 구하는 데 쓸 것을 주저하지 말아.”
“응.”
“히어로가 되는 거야. 이해했니?”
“이해했어.”
“...좋아. 그럼 다음. 이건 그냥, 친구로서 하는 부탁인데.”
“응.”
“자살하지 마.”
“...알겠어.”-
이래놓고 한 3달 뒤에는 일중독자답게 개열심히일해서 먼저 온 힐다보다도 더 큰 신뢰를 얻고 어쩌고...
힐다: 대체 어떻게 사는 거야?
디엔: 월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에 퇴근하면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