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디힐카지노
    1차 2024. 10. 7. 16:42


     가을을 호흡기로 느끼기란 어렵지 않다. 희고 깨끗한 구름 몇 점 정도가 평화롭게 떠 있는 날, 시간은 오전 7~8시경이 좋겠다. 실외로 갓 나온 사람들은 그날따라 어쩐지 숨을 크게 들이켜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8월이 다 가기 전까지는 한 번도 들지 않았던 생각에,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본능에 따른다. 그러면 코로 훅 들어오는 상쾌함, 그것을 사람들은 흔히 가을 냄새라고 부른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말로 정의할 수도 없으면서.

     아무튼, 그런 날씨가 아니었더라면, 디엔이 답답한 정장 차림을 30분 이상 참아주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힐다는 사람을 너그럽게 만드는 이 마법 같은 날씨에 감사해야 할 것이었다.

     “...왜?”

     그래도 날씨가 상쇄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 사람을 불편한 차림으로 앞에 세워두고 지긋이 바라보는 시선에는 살짝 퉁명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받아치게 되곤 한다. 힐다가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그녀의 한쪽 어깨에 늘어진 긴 곱슬머리가 가슴께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머리 길이 조절 능력자가 적당히 손봐 주었다는 그 머리카락은 마치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양 자연스럽기만 했다. 미용실로 떼돈 번다던 말이 진짜인가 보군. 영양가 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어떤 전략이 좋을까, 고민 중.”
     “전략?”
     “너같이 고지식해 보이는 분위기는 카지노에서 대충 두 가지 유형 중 하나로 보일 텐데...”

     힐다가 예의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힐다가 미소를 지을 때면, 올라가는 입꼬리를 따라, 그 근처에 위치한 작은 점 하나가 묘하게 눈길을 끌곤 한다. 물론 그런 사소한 디테일보다는, 전체를 보는 게 중요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힐다의 미소는 영락없이 사람 놀릴 준비가 단단히 된 표정이었으니까.

     “좋게 보면 세상 물정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
     “...나쁘게 보면?”
     “금융사기범.”

     그리고 그때마다 장난스러운 낌새를 예감하면서도, 단 한 번도 제때 받아치지 못하고 꼬박꼬박 말문이 막히곤 하는― 아무래도 말싸움엔 재능이 없는 모양이지.

     “원래 사기꾼일수록 번듯하게 생겨야 수율이 좋단다~”
     “...근데 굉장히 잘 안다?”

     그러니까, 배경지식이 빠삭하다고. 히어로가, 카지노에 자주 들락거릴 일이라도 있었나 보지? ―대신 디엔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짐짓 티 나게 말을 돌리는 것뿐이다. 공격에는 공격으로. 어디 한번 대답해 보시지, 라는 심정으로. 그러나 이번에도 예상했듯이, 힐다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답을 대신할 뿐,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았다.

     (어떤 대단한 비밀이 있어서는 아닐 것이다. 그저 누구라도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한 시간쯤 잔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말을 돌린 것은 똑같으나, 힐다의 미소는 어째서 그리 자연스러운지. 그 비상한 재주는 아마 평생 남들의 부러움을 살 것이었다. 일단 아주 가까이에 한 명...

    '1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힐 실험체au  (0) 2025.05.21
    빌런au 디힐  (0) 2024.12.30
    해포에유  (0) 2024.03.12
    루프물  (0) 2024.02.17
    빌런au 그 이후  (0) 2024.01.29
Designed by Tistory.